정선아리랑시장/ 청아랑몰
2018년 11월 정선아리랑시장 내에 조성된 청년몰이다. ‘청아랑’은 청춘과 아리랑의 합성어로 청년들이 역경을 이겨내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정선아리랑시장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은 멀다. 세대와 세대 사이의 거리는 더 멀다. 관계의 의미가 점점 희미해지는 요즘, 강원도의 명물 정선아리랑시장에 있는 그대로의 솔직함이 매력적인 건물 하나가 새로 자리를 잡았다. 청색과 오렌지색, 검은색을 띤 철제 구조물로 이뤄진 이 건물은 가볍고 산뜻하며 유쾌하다. 그저 솔직하고 꾸밈없는 모습과, 풋풋함을 자랑하는 이곳을 사람들은 ‘청아랑몰’이라고 부른다. 53년 역사를 가진 정선아리랑시장 안에 ‘청춘들의 아리랑’을 의미하는 이른바 자식뻘 되는 작은 시장이 문을 연 것이다.
지난 11월 17일 청아랑몰이 개장식을 가졌을 때 정선아리랑시장과 그 인근은 꽤나 시끌벅적했다. 개장기념 공연과 각종 이벤트가 열리는 가운데, 지역 유지들와 관공서 직원들부터, 나이 지긋한 어른과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모였고, 사람들은 한데 어울려 이 작은 축제를 즐겼다. 한편으론 평생을 정선아리랑시장에서 보내온 상인들, 대를 이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인들 모두는, 그저 어리기 만한 이들이 모여서 장사를 하는 이곳은 과연 어떤 곳인지,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
“자기 사업을 하고 싶지만 자본이 없어서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더불어 지역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서 청아랑이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보통 다른 지역 청년몰을 보면 기존 상권에 리모델링을 하는 형식으로 들어가는데, 기존과 달리 청아랑몰은 완전히 새로운 건물을 지어 청년 사업가들이 입주를 했다는 점에서 다른 청년몰과 차별점을 갖습니다.”
일찌감치 나와 분주하게 영업 준비를 하는 청년 상인들 틈 사이에서 만난 청아랑몰 상인협회 정승면 회장이 청아랑몰의 탄생 배경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을 한다.

함께 청아랑을 만들어가다

청아랑몰의 상인들은 모두 정선이 고향이거나 정선에서 거주하는 청년들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비로소 이곳에 자리를 잡은 이들이다. 전통시장의 아이템과 겹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비전이 담긴 수많은 사업계획서 가운데 선발 과정을 거쳐 입주의 기회를 얻게 된 것. 청아랑 상인들의 경우 오프라인 가게를 처음 내보는 상인들의 숫자도 꽤 되는데, 말 그대로 풋풋한 새내기들이 모인 현장인 셈이다. 현재 청아랑몰 상인들의 숫자는 20명. 합류한 시점은 각자 조금씩 다르지만 개장 넉달이 지난 지금은 초반의 어색함과 긴장을 떨치고 한 식구로서 모두가 차곡차곡 뜨끈한 정을 쌓아 올리고 있는 중이다.
“인터넷 판매만 하다가 처음 오프라인 가게를 낸 건데 전화로는 그렇게 설명을 잘 하던 제가 마주 선 손님 질문에 대답을 못했어요. 머리가 하얘지면서 약효고 뭐고 아무 생각도 안 나더라고요. 얼마나 당황했는지 몰라요.”
시아버지와 남편이 직접 캔 정선 지역 약초를 판매하는 ‘대지약초’의 김담희 사장이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 아직 장사에 익숙하지 않은 그를 독려한 것은 주변 상인이었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젊은 상인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서로의 상황을 공감해가면서 조금씩 새내기 상인으로서의 어색함과 긴장을 벗어던질 수 있었던 것.
“지금은 서로 판매하는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하고, 그맛에 대해 평가도 받고, 동료상인들의 의견을 판매에 반영하기도 하면서 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만약 기존 상권에 편입해 들어갔었다면 굉장히 어려웠을 부분이 쉽게 풀린 거지요.”
아내와 함께 약초를 진열하고 있던 남편이 아내의 이야기에 미소를 짓는다. 이곳 상인들이 서로의 어려움을 공감하며 일련의 낯선 상황들을 나름대로 잘 헤쳐나가고 있다는 의미의 미소다.

황기약과
할머니와 어머니의 비법을 전수받아 직접 약과를 만든다. 젊은 주인장의 다양한 연구와 시도 속에서 탄생한, 색다른 약과를 맛볼 수 있다. 땅콩가루를 입힌 약과, 각종 씨앗을 덮은 씨앗약과, 쌀튀밥을 같이 버무린 폭신한 식감의 약과, 콩가루를 묻힌 인절미약과 등이 있다.

드래바다
유재순 천연 염색작가가 아들을 전수자로 삼아 운영하는 곳이다. 색색이 물든 아름다운 의류와 스카프들이 이곳의 주력상품으로 구입은 물론이고, 염색체험 또한 해볼 수 있다. 정선에서 나는 초목이나 광물을 이용해서 염색을 하는 게 특징인데 정선의 좋은 공기 덕분에 색이 곱고 투명하게 나온다.

운기석 & 라이프
정선에는 전국에 하나밖에 없는 운기석 광산이 있다. 오빠가 운영하는 광산에서 나온 운기석을 여동생이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운기석은 게르마늄, 원적외선 등을 방출해 내는 광물로 예로부터 ‘불로석’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효능을 자랑한다. 팔찌는 이곳에서 직접제작을 하고 그 외 베개커버, 샴푸, 라돈차단 페인트 등 일상에 필요한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한다.

대지약초
시아버지와 남편이 정선 일대 산에서 직접 캐온 약초를 며느리가 판매하는 곳이다. 직접 딴 것만을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도 일반 약초 가게에 비해 저렴할 뿐 아니라, 꼼꼼한 선별과정을 통해 높은 품질의 약초만을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선의 약초는 고산지대에서 자라 낮은 산에서 자란 것보다 생명력이 강하고 약성이 좋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MAP
그간 젊은 취향의 옷을 파는 곳이 없었던 이곳 정선에서는 가뭄의 단비 같은 의류매장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베이직하면서도 다채로운 디자인의 캐주얼 의류들은 주인장이 직접 서울에서 공수해오는 것들이다.

신구(新舊)가 공존하는 희망의 공간

청아랑몰을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고개를 들면 1층부터 3층까지 다 볼 수 있는 열린 구조에, 계단이 바깥으로 나 있으며 옥상에는 인조잔디가 넓게 깔려있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1층과 3층 중앙에 넓은 공간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편안한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는 이곳을 보면 ‘노는 공간이 너무 넓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쉬이 들고 만다. 그러나 젊은 상인들은 이곳이야말로 바로 청아랑몰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저희들은 1층과 3층 공간을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습니다. 둘러싼 가게들 눈치를 안 보고 누구든 편하게 쉬고 공부하면서 편하게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거예요. 수다를 떨거나 공부를 하다가 마카롱도 사 먹고 목이 마르면 직접 만든 수제 음료도 주문해 마시면서요.
옥상은 루프탑 형식으로 라이브카페로도 활용을 하고 차후 매월 1~2회 공연도 열면서 플리마켓을 운영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지역민과 함께 하는, 지역민들에게 돌려드리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게 저희들의 꿈이에요.”
청아랑몰의 꿈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정선아리랑시장 상인협회 소속으로서 전통시장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도 품고 있다. 아무래도 연세가 있는 상인들이 많은 만큼 이벤트나 특별한 행사가 열릴 경우 아이디어를 보태 전통시장에 색다른 활력과 생기를 불어 넣고, SNS에 익숙치 않은 기존 상인들을 위해 온라인 홍보 쪽으로도 도움을 드리면서 윈윈하고 싶다는 것이다. 만나는 청년상인마다 모두 전통과 미래를 잇는 가교로서 역할을하고 싶다는 바람을 잊지 않고 덧붙이니 더불어 살고 싶다는 그 마음이 참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옥상은 루프탑 형식으로 라이브카페로도 활용을 하고
차후 매월 1~2회 공연도 열면서 플리마켓을 운영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지역민과 함께 하는, 지역민들에게 돌려드리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게 저희들의 꿈이에요”


촛불이 되거나, 그것을 비추는 거울이 되거나

어디선가 달콤하고 눅진한 향기가 퍼져 코끝으로 스며든다. 일찌감치 문을 열고 어머니와 함께 약과를 만들고 있는 ‘황기약과’ 고석호 사장의 가게에서 나오는 냄새이다.
적절한 비율의 재료를 이리저리 휘젓는 고석호 사장 손끝에서 달큰한 향이 넘쳐난다. 단순히 제사용 약과가 아닌, 정선의 특산품인 황기 가루를 넣고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다양한 약과를 만들어내는 고석호 사장은 약과명인으로 이름을 떨치신 할머니와 어머니의 뒤를 이어 약과 사업에 뛰어들었다.
약과를 만드는 일뿐만 아니라, 대학원에서 생물학 공부를하며 자연과학 대중서를 집필하고 있다는 얘기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어머니가 정선아리랑시장에서 장사를 하셨기 때문에 이곳 시장은 어린 시절부터 제게 굉장히 익숙한 곳이에요. 제가 이곳에 가게를 내면서 가게를 그만두셨던 어머니가 다시 약과 만드는 일을 도와주고 계시는데,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게 내놓은 약과에 반응이 좋아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정선 청년상인들의 바람은 세 가지이다. 청아랑몰을 통해 고향에 떠나지 않고 있는 젊은이들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상업공간이자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청아랑몰이 온전히 정선아리랑시장 안에서 자리를 잡는 것. 정선의 향토색을 담아내는 다양한 아이템들을 연구, 개발해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세상에는 빛을 퍼뜨릴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스스로 촛불이 되거나 혹은 그것을 비추는 거울이 되는 것! 청아랑몰은 정선의 빛나는 미래를 위해, 촛불과 거울 두 가지 모두를 품고 혼신의 힘을 다해 질주하는 아름다운 청년들이 모인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