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신혼부부, 재미를 찾다

남자는 무뚝뚝하고 여자는 새초롬했다. 그러나 스키복과 장비를 렌탈하는 짧은 시간 동안 남자와 여자의 이미지는 확 바뀐다. 다시, 남자는 섬세하고 여자는 사랑스럽다. 마흔 동갑내기 부부라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네?” “마흔이요?”를 연거푸 되묻자 부부가 파안대소를 한다. 처음 만났지만 금세 어색함의 벽을 허문 부부와 촬영팀은 오늘 일정에 대한 염려를 확 덜어냈다. 두 사람 모두 잘 웃고 표정이 밝으니 앞으로 할 촬영은 걱정할 게 없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사뭇 가벼워졌다.
최두환·최승실 부부는 32살에 소개팅으로 만나 6년을 연애하고 결혼한 커플이다. 뜻밖에도 최두환 씨는 친구의 소개팅 제의에 나갈까 말까 망설였다고. ‘그래도 조금 어린 친구와 만나야 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었다는 그의 얘기에 주변에서 야유가 터진다. 이에 질세라 최승실 씨 역시 남편과의 첫 만남에 그다지 큰 인상은 받지 못했다고 응수했다. “그런데 왜 계속 만나신 건가요?” 묻자 두 사람이 동시에 광대를 끌어올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남을 이어간 것은 남자는 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못하는 여자가 마음에 들었고, 여자는 만날수록 자상하고 한결같은 남자가 꽤 괜찮아 보였기 때문이다. 맡은 바 일에 늘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부분도 서로에게 높은 점수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인터뷰를 빙자한 수다를 떨면서 함께 장비 렌탈숍으로 이동을 했다. 레저스포츠를 좋아하는 커플이긴 하지만 스키는 정말 오랜만에 타본다며 둘 다 은근히 긴장을 감추지 못한다. “저는 마지막으로 스키를 탄 게 3년 전쯤이고 신랑은 5년쯤 된 거 같아요. 저희가 물을 워낙 좋아해서 여름에는 웨이크보드를 많이 타거든요. 저는 9년차, 남편은 2년차 웨이크보더에요. 선배인 제가 가르쳤지요(웃음).”
아내의 시원시원한 웃음을 뒤로하고 본격적으로 하이원 리조트에서의 하루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우선 두 사람이 함께 스키 장비를 고른 뒤 꽤 심사숙고를 해서 제법 잘 어울리는 스키복을 선택했다. 고글까지 산 부부는 제일 먼저 하이원 리조트를 한 바퀴 둘러 보기로 했다. 스키어와 보더들, 스키를 신고 뒤뚱거리는 아이들을 뒤로 한 채 부부가 시선을 빼앗긴 곳은 아기자기한 눈조각 공원과 작은 자작나무 숲이다. 아직 웨딩촬영의 여운이 남아있는 신혼인 터라, 사진을 찍을 때마다 알콩달콩한 연인 분위기를 기가 막히게 자아내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절로 미소를 짓게끔 했던 부부. 생각보다 훨씬 큰 리조트 규모에 놀라면서 열심히 사방을 구경하고, 셀카를 곳곳에서 찍으면서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올린다.


쭉쭉 하염없이 올라가며 만나는 강원도의 산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국내 최고 설질로 꼽히는 하이원 리조트답게
스키와 보드를 타며 속도로 즐기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그 뒤로 하얀 병풍처럼 에워싼 산들은 마치 그들을 보호하는 산신령 같다.
올라도 올라도 끝이 없으니 리프트 타는 맛이 그야말로 제대로다.


영차, 영차, 재미있는 스키 배우기

이제, 리프트를 타고 저 까마득한 하이원탑으로 올라가 볼 차례다. 지상에서 뚝 떨어진 곳에 올라 설산을 내려다보는 느낌은 과연 어떤 것일까?
초보한테 탑이 웬 말이냐고 놀라지 말자. 하이원 스키장에는 해발 1,340m 높이의 하이원탑에서 출발해 약 4km를 내려오는 초보자 코스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타는 실력은 부족해도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고픈 마음은 모두 똑같은 법. 부부가 안전요원의 안내에 따라 리프트에 안전하게 올라앉는다. 쭉쭉 하염없이 올라가며 만나는 강원도의 산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국내 최고 설질로 꼽히는 하이원 리조트답게 스키와 보드를 타며 속도로 즐기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그 뒤로 하얀 병풍처럼 에워싼 산들은 마치 그들을 보호하는 산신령 같다. 올라도 올라도 끝이 없으니 리프트 타는 맛이 그야말로 제대로다. 부부는 정상에 오르자마자 주변 풍광에 눈을 떼지 못한다.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딱 벌리며 여기를 보라, 저기를 보라, 손짓하며 감탄하는 데 여념이 없다.
드디어 부부가 하이원탑에 도착했다. 리프트에서 내려 착지를 할 때 삐끗하는 바람에 안전요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조마조마한 순간을 넘긴다. 곧 국내외 수많은 겨울스포츠 마니아들의 성지로 꼽히는 산 정상에 이르자마자 폐부 깊숙한 곳까지 시원한 공기가 꽉 들어찬다.
몸이 기억하는 대로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떼며 천천히 눈을 타기 시작하는 두 사람. 시작 땐 비교적 아내가 능숙한 듯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남편이 좀 더 나은 솜씨를 보여준다. 그 가운데 남편은 아내를 내내 살뜰하게 챙긴다.

아내의 손에 장갑을 끼워주고 고글을 고쳐 씌워주고 옷을 꼼꼼하게 여며주며, 혹여 아내가 감기라도 걸릴까, 불편할까, 남편은 아내를 아이 돌보듯 돌본다. 아내는 주변을 의식했는지 쑥스러움 섞인 미소를 띄운다. 이제 결혼 1년 차인 부부에게 문득 가장 잊지 못할 기억이 있는지 묻자, 아내 최승실 씨가 먼저 말문을 연다.
“작년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던 날, 제가 자고 있는데 막 깨우더라고요. 시간을 보니까 새벽 2시였는데 남편이 커다란 안개꽃 다발을 한 아름 안겨줬어요. 안개꽃 속 장미 한 송이는 저라고 하면서요. 얼마나 이쁘고 감동적이던지…. 서로 안고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나요. 하하.”
아내의 말에 남편 최두환 씨가 얘기를 덧붙인다.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이벤트였어요. 첫눈이 오는 날 아내에게 꼭 안개꽃 선물을 해주고 싶었거든요.”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부부의 얼굴에 미소가 어린다. 두 사람의 미소가 하얀 설원의 빛을 받아 유독 더 환하게 빛난다.

선물 같은 하이원에서의 하루, 감사합니다

역시 부부에게 스키는 익숙하지 않은 종목이다. 넘어지기 일쑤지만 넘어지면 으레 서로를 일으켜 세워주며 즐겁게 스키를 탄다. 익숙하면 익숙한 대로 서툴면 서툰 대로 추억을 쌓는 두 사람.
이번에는 하이원 리조트에 준비되어있는 작은 이벤트에 참여해보기로 했다. 하이원탑에는 ‘하이원 1340 우체통’이라는 이름의 특별한 우체통이 있다. 편지, 혹은 엽서를 써서 이 우체통에 넣으면 딱 1년 뒤에 받는 이에게 우편물이 전달된다. 아마도 1년 후에 엽서를 받아본 사람은 1년 전의 그 순간을 다시금 떠올리며 그때의 감정을 되새기게 될 것이다. 일상 속에서 잠시 흘려보냈던 1년 전 기억이 불현듯 찾아와 아마도 이 부부에게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하지 않을까. 말 그대로 ‘즐거운 편지’로 이루어진 로맨틱한 한 토막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보통 결혼을 하고 나면 변한다고들 하잖아요. 남편은 결혼한 뒤에 점점 더 잘하고, 좋아진 경우에요. 늘 한결같이 따뜻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인간적으로 존경하는 부분도 많아요. 남편이 컴퓨터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20~30명 되는 직원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얼마나 잘 챙기는지 몰라요. 제가 샘날 정도로요. (웃음) 의리도 대단하고 리더십도 있어서 정말 멋있어요.”
아내가 남편 자랑에 여념이 없자 남편도 점잖게 덧붙인다.
“아내는 의류유통업에서만 20년을 꾸준히 종사해왔어요. 요리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 밤이면 딱 11시에 잠드는, 저로서는 신기하기 짝이 없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죠. 이미지는 화려한데 매사에 건전하고 성실한 면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도 모두 아내를 좋아해요. 하하.”

두 사람이 각자 엽서에 또박또박 글을 써내려간다. 왠지 궁금한 마음이 들어 살짝 훔쳐본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고 이해하고 건강하자.’ 특별한 단어도 유려한 표현도 없는 평범한 글이지만 담백한 표현에 진심이 느껴져 이내 마음이 동하고 만다. 하이원탑에서 시작한 스키 여정은 두 스키초보자들에게는 아직 먼 듯해, 모두 함께 곤돌라를 타고 내려가기로 한다. 곤돌라에서 세상을 내려다본다. 발밑에 펼쳐진 세상엔 근심 걱정 따위는 없다. 그저 평화와 고요만이 있을 뿐.
“올해 계획이요? 아내의 바람대로 술을 좀 줄이려고 합니다.”
“저도 올해는 잔소리를 좀 줄이려고 해요. 늘 빨리 씻어라, 빨리 자라고 잔소리를 하거든요.”
두 사람 모두 서로의 계획에 눈이 번쩍, “정말이지? 약속했다?”를 연발하니 모두가 웃음이 터진다.
“오랜만에 타본 스키여서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긴 힘들었지만 조금 더 타면 스릴 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웨이크보드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오늘 하이원 리조트에서 보낸 하루는 저희에게 정말 선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올해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이에요!”
부부의 환한 웃음에 하이원 리조트도 덩달아 밝아진다.


“ 오랜만에 타본 스키여서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긴 힘들었지만 조금 더 타면 스릴 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웨이크보드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오늘 하이원 리조트에서
보낸 하루는 저희에게 정말 선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올해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