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그림을 더한다는 느낌으로 하얀 설원에 발자국을 찍어봅니다. 돌부리와 나무뿌리, 단단하게 얼어있는 눈 아래 세상을 더듬어보며 눈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한발 두발 조심스럽게 내딛는, 설원 위의 산책은 복잡한 것들을 덜어내기에 더없이 좋습니다. 매서운 바람이 얼굴을 스칠 땐 이내 강원도의 거친 속성을 실감하지만 1,340m에 펼쳐진 순백의 설경을 내려보고 있으니 불과 며칠 전의 일상도 과거의 먼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사람이 모여있는 곳을 세상이라고 합니다만, 이곳이야말로 진정 세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눈을 쪼아먹는 새를 발견하거나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툭 꺾여버린 가지를 보았을 때. 앞서 걸어간 사람의 발자국을 보았을 때. 발자국을 쫓다가 이내 작고 허술한 은신처를 발견하였을 때. 숨어있는 이야기들을 발견하고 나면 불현듯 이 고즈넉한 눈밭 위, 하이원 리조트로 이어진 운탄고도 길에서 따뜻한 한 겨울의 정취를 실감하게 됩니다.